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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US] 자원화 가능한 '100%분쇄·배출' 디스포저 시범사업 추진

디스포저, http://www.nairaland.com/1311583/food-waste-disposer-machine-kitche



Q. 집안일 가운데 가장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인가요?



각자의 성향이나 각 가정의 환경마다 답은 다르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음식물류쓰레기 버리기'를 꼽는 사람이 상당할 것입니다. 냄새나는 음식물류쓰레기를 가정에서 보관하거나 집밖으로 내다 버리는 일을 기피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종량제봉투나 세대 수거함을 통해 각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류쓰레기를 수거해 퇴비나 가축사료, 에너지원 등으로 활용하는 자원화 및 에너지화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음식물류쓰레기를 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폐기물로 보는 관점과 자원으로 보는 관점.

그런데 사회가 발전해가며 집안은 북유럽식 인테리어가 대세를 이뤄가고, 선진 첨단 기술이 가미된 세련된 주방기기들이 집안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 점점 집안과 가사일이 고풍스러워지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수십 년 세월이 가도 개선되지 않는 영역이 가정에서 음식물 버리는 일입니다. 때문에 최근 몇 년 들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이 '디스포저'라고 하는 음식물분쇄기입니다다. 버리고 싶은 음식물류쓰레기를 싱크대에 설치하는 디스포저를 통해 잘개 분쇄한 후 법에서 정한 일정량을 하수도관을 통해 배출하거나, 분쇄물을 따로 수거해 퇴비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거나, 또한 완전히 수분을 제거해 일반쓰레기봉투에 버릴 수 있게 하는 등의 다양한 처리유형의 디스포저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물기가 많고 냄새나는 혐오 음식물류쓰레기를 직접 밖에 나가 버리지 않아도 되니 참 편리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디스포저가 만능은 아닙니다. 디스포저는 어쨌든 음식물류쓰레기를 잘게 분쇄하여 배출하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하수도관을 통해 배출할 경우 자칫하면 공공이 사용하는 하수도관이 막히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아울러 음식물에 함유된 염분 등 화학성분들의 비율이 높아져, 관의 노후화를 촉진시키고, 하수처리장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게 되어 기피 시설인 처리시설을 주민반발에 맞서 확충해야 하거나 적정처리에 대한 설계를 전면 재검토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가정일이 간편해지는 대신 언제 막힐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게 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80년대부터 이미 해외로부터 들여와 사용되던 디스포저를 1995년부로 전면 판매 및 사용을 금지하고, 지금 같은 형태로 가정에서 수거해 배출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같은 선진국가에서는 음식물류쓰레기를 자동 분쇄 및 100% 배출하는 디스포저를 수십년 전부터 사용해오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디스포저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국내 음식물류쓰레기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2010년대 들어 대두되게 됩니다. 이에 환경부는 민원을 감안해 지난 2012년 국민 편의 제고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음식물류쓰레기를 분쇄한 후 나오게 되는 고형물을 20% 미만으로 하수도를 통해 배출하거나, 고형물을 8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제품만 환경부장관의 인증을 거쳐 부분적으로 판매·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관련제도를 정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품도 여전히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지난 2014년 과거식인 합류식 하수관로가 아닌 분류식 하수관로가 설치된 지역에 한해 음식물류쓰레기를 100% 분쇄해 배출할 수 있는 디스포저를 허용하는 '하수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수십 년 만에 제도 개선이 이뤄질 뻔했지만, 기존 음식물류쓰레기를 수거해 자원화하며 수익을 거둬들이던 업체 및 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국민 요구와 업계 반대의 상충되는 상황 속에서, 관련당국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안을 고안해냈습니다. 국민은 편리하게 각 가정에서 디스포저를 통해 100% 음식물류쓰레기를 분쇄하여 배출하고, 배출된 고형물은 따로 저장소에서 모아 사료나 퇴비 같은 자원화에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해보기로 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22일, 환경부 안산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토지주택연구원 등은 공동으로 각 가정에서는 편리하게 음식물류쓰레기를 100% 분쇄해 배출하고, 해당 분쇄물은 하수관거로 흘러보내지 않고 따로 저장고에 모아 자원화 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범사업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보네르빌리지아파트 10개동 634세대 가정을 대상으로 올해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년간 진행됩니다. 이들 가정에서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이용하여 발생된 음식물 폐기물을 100% 분쇄하여 배출하되, 배출된 음식물 폐기물은 하수관로에 유입되기 전에 지하 또는 별도 공간에 모아서 고체 성분과 액체를 분리(고형물 80% 회수 수준)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이 때 발생한 고형물은 음식물 자원화 시설을 통해 퇴비화하여 단지 내 조경, 텃밭 등에 사용됩니다. 이 음식물 폐기물 자원 순환형 시스템은 LH에서 약 18억 원을 투자하여 설치할 예정이며, 운영 과정과 하수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안산시와 LH가 2년간 모니터링할 예정입니다.

환경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추진에 앞서 올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기술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악취·소음, 옥내배관 막힘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 대응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고형물 80%를 회수할 수 있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만 허용되어 있는 현행 제도를 발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에 편승하여 시범지구이외에서 불법 분쇄기 유통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안산시와 관할 환경청 합동으로 홍보와 단속도 병행할 예정"이니 시범사업이 완료된 후 제도 정비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대상지 이외 가정에서 현행 법규를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사용을 주의해 달라고 환경부는 당부했습니다.


Junato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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