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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寢馬廁] 걸그룹, KBS뉴스 연출 눈총

아이돌 걸그룹 여자친구가 8월15일 KBS1 저녁 9시뉴스에 깜짝 등장해 왼발 오른발을 맞춰보였다. 출처=해당 보도 네이버뉴스 화면 갈무리



제71주년 광복절.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고, '광복(光復)'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마음 경건해지는 이날. 국민방송 KBS1 저녁 9시뉴스 막바지에 걸그룹 여자친구가 등장했다. 계단오르기 캠페인 홍보를 위한 등장으로 보였다. 관련 단체 홍보대사 같은 거 맡고 있나? 이번 계단오르기 보도를 위해 박상철 트로트 가수, 송해 선생, 개그콘서트 김수영 개그맨, 걸그룹 여자친구가 차례로 등장해 계단오르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첫 순서로 가수 박상철씨가 등장해 10년째 계단오르기를 통해 체력단력을 하고 있다며 지금도 20대와 체력을 겨뤄도 거뜬하다고 주장했다. 영상에서 그는 굵은 땀방울도 흘리고, 달리기 대회에서 1등하는 모습도 그 증거로 제시하며 진정성을 엿보였다.

이어 송해 선생이 등장했다.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이용 없이 계단을 성큼성큼 걸으며 선생 나이가 지금 90이라며 자신처럼 건강하려면 계단을 걸어야한다고 했다. 송해 선생이 주는 신뢰감은 따로 부연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음으로 개그맨 김수영씨가 등장했다. 김씨는 국내 개그맨 중 최고 몸무게를 기록한 인물이다. 과거 개그콘서트 헬스보이 코너를 통해 다이어트에 도전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KBS는 이번 보도에서 김씨가 최근 찾아온 요요 관리를 위해 산 계단을 오르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까진 이번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충실히 이뤄진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아이돌 걸그룹 '여자친구'. 등장만으로도 의외였지만 뉴스에 나온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봤다. 명색히 국내 최고 신뢰도를 자랑하는 KBS 간판 9시뉴스에 실없는 보도가 나오겠어.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시작부터 끝까지 죄다 연출로 도배돼 있었다. 심지어 왼발 오른발 발까지 맞췄다. 얼씨구. 계단 이용을 활성화 하자는 공익적 보도내용은 좋았지만 걸그룹 여자친구 부분은 연출이 과했다. 신뢰도가 생명인 뉴스, 그것도 국내 대표 방송사 메인 저녁 9시뉴스에서 말이다. 걸그룹 여자친구는 등장부터 대각선 일렬로 서서 계단을 오르는, 뉴스에서 보기 힘든 참신한 구도를 세계 최초 선보였다. 수신료의 가치를 여지없이 보여준 KBS의 패기. 보자마자 실소가 터져나왔다. 예쁘게 치장하고 사뿐사뿐 계단을 오르며 몸매 관리에도 좋을 것 같다는 걸그룹 인터뷰, 진정성 1도 없는 B급 연출이랄까. 페이크다큐의 절정판 같달까. "컷! 컷! 컷! 안돼안돼~ 이래서 깐느 가겠어?"


junato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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