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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잇디릿] 땅거미 진 천년 고찰 부석사서 울려퍼진 그윽한 법고소리

휴일, 무량수전으로 잘 알려진 부석사엘 다녀왔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위치한 이곳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이슬비가 촘촘이 내리고 있었다. 부석사는 태백산 끝자락 가파지르는 봉황산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어, 방문객들의 접근이 쉽지만 않은 곳이었다. 지금까지 가본 사찰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사찰이랄까. 속세의 유혹에 쉬이 휘둘리진 않겠단 의지의 표현인 건지 부석사의 산세와 오르막은 대단하게 느껴졌다. 부석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오르막과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었다. 나중에 글을 쓰며 알게 된 것이지만, 부석사 계단은 108개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백팔번뇌를 딛고 올라서야만 무량수전에 안치된 부처상 소조여래좌상에 닿을 수 있다는 의미다. 모르고 오를 때와 알고서 오를 때의 감흥이나 마주하는 태도는 전혀 다른 것이 되게 마련. 무릇 아는 만큼 보이고, 많이 보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알고 가야 했거늘, 계획하지 않은 갑작스런 여정은 대상의 속뜻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부석사는 자동차 도로의 끝자락인 봉황산 초입의 못을 빙 둘러 조금 올라가다 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절의 입구인 일주문과 천왕문이 순차적으로 나오게 된다. 이곳을 죽 통과해 가파른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보면 사찰 한 가운데 비범한 기운을 내뿜는 범종루가 보이게 된다. 이날은 어스름이 깃들고 이슬비가 내려 희미하게 보이는 밤안개 사이로 보이는 부석사의 내부 풍경은 고즈넉했으며 신비로움이 감돌았다. 어둠이 져 거무스름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웅장한 크기의 범종루 위로는 승려 한 분이 가만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예불을 알리는 33번의 법고(큰북) 타고(打鼓) 의식을 위한 기다림이었다. 범종루에 이어 안양루를 통과한 다음에는 부석사의 상징이자 최종 목적지인 무량수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량수전 안에는 우리나라 국보 제45호인 소조여래좌상이 신비스럽고도 근엄한 표정으로 결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사진너머] 대관령 뽀송뽀송 순백의 양떼

대관령 양떼(2015년 10월12일).  길을 가다 포착한 양떼 모습.  푸른 초원, 뽀송뽀송 순백의 양.  그저 바라만 봐도 가슴 설레는. 아, 속았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초점 잃은 사진 한 장의 감동

홍콩의 밤 거리(2006) 오브젝트가 분명한 선명한 사진보다 초점을 잃은 사진 한 장이 주는 감동이 더 클 때도 있다. 이곳에서 찍은 다른 어떤 사진보다 내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사진 한 컷. 보다 선명해지기만을 바라는 사회 속에서 찾은 비 선명성의 미학.  junatown@gmail.com

[두잇디릿] 월정사 탑 돌면 소원 이뤄진다?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월정사(2015년 10월12일 방문). 울긋불긋 고운 빛깔 머금은 단풍이 사찰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이 이런 모습 아닐까.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답게 채색된 한 폭 그림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두대간 강원 자락이라서 그런지 나무들은 시원시원 곧게 솟아 누구 키가 더 큰지 자웅을 겨루고 있는 듯 보였다.  이날은 특이하게도 새 지저귀는 소리와 목탁 두드리는 소리나 울릴 법한 정숙한 사찰 내에서 의외의 클래식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로 보이는 어린 연주자들이 사찰 중앙 마련된 무대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로 옆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서는 탑을 한 바퀴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 의식도 치러졌다. 산 정상 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새로 지은 지 얼마 안된 템플스테이 사찰이 단장을 마친 후 속세의 식객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이곳에서 정 반대편 사찰 초입 주차장 한쪽에서는 옛말처럼 가는 날이 장날인지 지역 특산품 판매행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큰 기대하지 않고 힐링을 위해 단풍 나들이 온 것치고는 눈 귀가 호강하는 하루였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인트라무로스 비밀의 정원

필리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2006). 세런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발견. 길을 걷다 우연히 찾은 비밀의 정원. 필리핀 인트라무로스에서 길을 걷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어느 건물 옥상. 이곳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찾지 못 했을 뷰(view·관점). 저 공간 안에서는 단순히 '정원'에 그쳤을 테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을 사이에 두고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조그만 창틀을 통해 바라보는 다른 공간의 모습은 이미 정원 그 이상, '비밀의 정원'. 디카로 담기에는 무척 신비로웠던 인생 한 컷. junatown@gmail.com

[두잇디릿] "사각사각" 반겨준 강릉 안목 백사장

2015년 7월30일, 강릉 안목항.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동해 수평선.  동쪽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샛바람이  파도와 함께 해변으로 밀려든다.  해변에는 눈이 부시도록 고운 모래알갱이들이  "사각사각" "사각사각"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를 반겨준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분양마감 '임박' 원주 강원감영

강원 원주 감영. 2015년 10월12일 방문. 오늘날로 말하면 강원도청.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 붙임. 원주는 강원도에서 최다 인구수를 자랑한다. 2016년 기준 약 33만 명. 강원 최대 숙원 사업이던 동서고속철 사업의 본격 추진 및 혁신도시, 기업도시 개발로 인구수는 증가 추세라고. 원주 구도심에 위치한 감영은 작은 규모에 건물만 몇 동 덩그러니 놓여 있어, 딱히 보고 즐길 만한 건 없다. 간혹 운수 좋은 날 감영을 방문하면 생각지도 못 했던 문화행사를 구경할 수 있다. 감영에 비치된 팸플릿을 확인해 보니 감영에서는 다양한 문화공연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었다. 감영에 대한 원주시민들의 자부심은 큰 듯 보였다. 원주에 가 볼 만한 곳이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감영'을 답하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감영 뒤뜰에는 인공연못 조성 공사 중. 실제 감영이 감영으로서 기능하던 당시의 부속물이라고 한다. 그나마 못이라도 하나 있으면 휑한 감영의 분위기도 달라질 텐데, 기간을 달리해 몇 차례 가봤으나 공사 진척은 지지부진. 투입 예산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벌건 대낮에 방문했음에도 공사가 이뤄지는 모습은 보지 못 했다. 아울러 감영이 위치한 구도심 원주 중앙로는 말 그대로 쇠퇴해가는 옛도시 느낌이 짙게 배어났다. 역시나 감영의 방문객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감영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게 하나 있었다. 감영 한 가운데 위치한 한옥 건축물 지붕 위로 덩그러니 '신도 브래뉴'라는 광고판이 보이는 자태는 감영의 최대 오점이었다. 감영을 둘러보기 위해 출입문에서부터 동선을 따라 가면 자동적으로 이 옥외간판과 마주하게 된다. 황당한 광고판 위치는 감영을 분양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은 쇠퇴했지만, 엄밀히 보면 원주시 아니 강원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영을 일개 분양권 홍보판 따위로 얼룩지게 하는 원주시의 미학을 보며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원주시민 몇에게 물어보니 원주시청 신청사는 더 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