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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씨네] 추천 태국영화 <내 여자친구(Fan Chan·My Girl)>

▲영화 <내 여자친구> 포스터
▲주인공인  Focus Jirakul 양과 Charlie Trairat 군

1. Introduce
-제목: Fan Chan(My Girl)
-장르: Romantic Comedy
-감독: Vitcha Gojiew, Songyos Sugmakanan, Nithiwat Tharathorn, Witthaya Thongyooyong, Anusorn Trisirikasem and Komgrit Triwimol
-출연: Charlie Trairat, Focus Jirakul
-개봉: Oct 3, 2003
-시간: 110분
-국가: Thailand
-언어: Thai





2. Trailer



3. Review

기대 없이 본 영화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영화 보는 내내 기분 좋은 파동이 전해져 왔다. 이 영화는 이미 '성인'이 돼 버린 나의 메마름에 단비를 뿌려주듯, 옛 향수와 함께 나를 '동심의 세계'로 초대했다.


지아브(찰리 트라이랏, Charlie Trairat)와 노이아(포쿠스 지라쿨, Focus Jirakul)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다. 가깝게 지내는 둘의 엄마들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이미 단짝으로 운명지어졌다. 두 집은 자그마한 구멍가게를 축으로 양 옆에 자리하고 있다. 지아브와 노이아의 둘 사이를 시기하는 건 오직 양 부(父)가 동종업계 이발소 경쟁상대라는 것뿐. 그 소년과 그 소녀는 언제나 베프(베스트프렌드)로서 함께 한다.

지아브는 늦잠 자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것 없는 평범한 소년이다. 반면 단짝친구 노이아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재주 많은 엄친딸이다. 노이아는 여자아이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하며, 여자아이들 그룹에서 리더로 통한다. 그러다 보니 노이아와 항상 붙어 다니는 지아브 또한 노이아를 따라 그녀의 친구 무리와도 곧잘 어울려 지낸다. 그런데 주위 친구들이 모두 여자아이다 보니 함께 하는 놀이란 늘상 고무줄놀이나 소꿉장난이 전부다. 이에 대해 문제삼은 적은 없다. 언제나 그래왔기에.


하지만 둘의 관계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노이아를 비롯해 주위 여자아이들로부터 둘러쌓여 살아가던 지아브가 학교에 들어가며 또래 남자아이들을 처음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이제야 지아브는 자신의 생활이 또래 소년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또래 남자아이 중 지아브처럼 여자아이들과 고무줄놀이나 인형놀이를 하는 아이는 없었다. 소년들은 고무줄놀이가 아닌 고무줄끊기놀이를 하며 깔깔댔고, 인형놀이가 아닌 축구나 무협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아브는 자신의 모습이 점점 한심스러워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노이아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이 마냥 시시하기만 하다. 함께 놀아도 전혀 집중할 수 없기에 이른다. 소년의 신경은 온통 남자아이들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한편 노이아는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지아브를 여전히 자신의 최고 단짝으로 여긴다. 또래 다른 여자아이들보다도 지아브가 항상 제일 우선이다. 지아브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보통 유년기에 한번쯤 앓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인지는 확실치 않지만(이에 대한 판단은 여성이 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남녀 간 인식의 괴리는 매우 크다. 남성인 본인이 보기에는 노이아의 호의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근접해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흔히 말하는 '오바'일 수 있기 때문) 여하간 그 소년에 대한 그 소녀의 관심은 무척 특별하다.

최근 들어 웃지 않고, 축구놀이 하는 소년들 주위에만 기웃대는 지아브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서프라이즈 축구공도 준비해봤지만, 여자아이들과 하는 축구에 소년은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지아브의 관심은 더욱더 남자아이들에게로 옮겨 간다. 소년이 진정 바라는 건, '그녀들'이 아니라 '그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아브는 노이아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 소년과 소녀의 사이는 시나브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소년은 학교에 입학한 후 사회화과정을 겪으며 또래로부터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게 된다. 이 무렵의 소년과 소녀의 관계는 이를테면 적으로서의 남녀, 같이 놀면 안되는 관계다. 여자아이들에게 고무줄은 즐거움을 주는 아군이지만, 남자아이들에게 고무줄은 끊어야 하는 적인 것이다.

지아브네 동네에는 남자아이들이 없다. 그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소년들의 주 무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장 넘어다. 지아브는 지금껏 그곳에 단 한 차례도 가본적이 없다. 엄마로부터는 항상 그곳이 위험하다는 말만 반복해 듣어왔다. 실지로 그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반 성인이 보기에는 그리 거창한 위험이랄 것도 아니지만, 지아브 또래의 아이들이 그곳을 건너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게다가 그에 수반되는 사고(事故)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빈번한 큰 대로를 건너는 게 바로 그 위험요소다.


처음 몇번은 그 길을 건너는 게 두려워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이제 지아브의 호기심은 그 두려움을 넘어서기에 이른다. 소년은 꿈에 그리던 낯선 유토피아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위험천만한 도로를 넘는 데 성공한다. 비로소 소년은 남자아이들과 놀 자격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그러하듯 선택행위에는 기회비용이 뒤따르는 법. 끝내 지아브는 남자 아이들을 선택했고, 노이아를 포함한 여자 아이들과의 관계는 점점 요원해진다.


지아브는 노이아에게 심적 큰 상처를 주게 됐고, 둘 사이의 관계는 더 이상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노이아네는 곧 이사를 떠난다고 한다. 그제야 지아브는 후회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일은 결코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녀의 상처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어 보인다. 우물쭈물 사과할 기회만 엿보고 있는 사이, 시간은 흘러 어느덧 노이아가 떠나는 날이 찾아왔다.


아침 일찍 출발 예정인 노이아네와 그리고 늦잠자는 게 습관인 지아브. 지아브는 이 중요한 날에도 어김없이 늦잠에 빠져 있다. 지아브는 이사차가 떠나는 소리에 황급히 잠에서 깨어 이삿차를 뒤따라가 보지만 역부족이다. 노이아에게 사과할 마지막 기회를 놓친 지아브는 멀어져 가는 이삿차만 보며 하염없이 눈물짓고 있는데... 이후 그 소년과 소녀가 다시 만나게 되는 건, 노이아의 결혼식에서다.

역시, 영화는 ebs. ebs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평생 접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직 국내 영화시장은 신토불이판. 영화관을 자주 안 찾게 되는 이유. 질 좋은 제3세계 영화에 목마르다.






junato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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