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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寢馬廁] 봄의 소리 '경칩(驚蟄)' 어지러운 시국에도 봄은 온다





Supreme Kermit


오늘은 개구리도 봄이 오는 소리에 놀라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를 총 24절기로 세분화해 한 해를 계획성 있게 생활해 왔습니다. '봄의 절기' 경칩은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입니다. 앞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2.4)과 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 2.18)를 지나 이렇게 3월5일 경칩이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남은 봄의 절기는 춘분, 청명, 곡우가 있겠습니다. 춘분(春分, 3.20)은 낮이 길어지는 시기를 뜻하며, 청명(淸明, 4.4)은 봄 농사를 준비하는 날, 곡우(穀雨, 4.20)는 농사비가 내리는 날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봄의 절기가 모두 지나고 나면, 언제 추웠냐는 듯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이 우리를 찾아오게 됩니다. 유독 매서웠던 이번 극강 한파도 이렇게 끝이 난다고 하니 한편으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때마침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꽃샘추위입니다. 그토록 시리던 겨울이 끝나갈 즈음 다시 빼꼼히 얼굴을 내비치는 꽃샘추위를 보면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반가운 마음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꽃샘추위에는 왠지 모를 그리움이 한 움큼 배어 있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머잖아 연초록의 새싹들이 올라올 때쯤이 되면 이 그리움도 아스라이 잊혀지겠지요. 시국은 어지럽지만, 그래도 봄은 왔습니다. 봄을 이리도 반가이 맞이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이번 겨울이 모질었던 때문이겠지요.



<24절기>
절 기일 자내 용주요 세시풍속
입춘()
2월 4일 또는 5일
봄의 시작
설빔, 차례, 성묘, 세배, 복조리, 횡수막이, 쥐불놀이, 토정비결 보기, 널뛰기, 윷놀이, 연날리기, 오곡밥 먹기, 달불이, 안택고사, 부럼 깨물기, 귀밝이술, 더위 팔기, 용알뜨기, 개보름 쇠기, 달맞이, 줄다리기, 석전, 답교, 볏가릿대 세우기
우수()
2월 18일 또는 19일
봄비 내리고
싹이 틈
경칩()
3월 5일 또는 6일
개구리 겨울
잠에서 깨어남
영등할머니, 볏가릿대 허물기, 머슴날, 콩볶기, 좀생이 보기.
춘분()
3월 20일 또는 21일
낮이 길어짐
청명()
4월 4일 또는 5일
봄 농사준비
한식 묘제, 삼짇날,
화전놀이, 장담그기.
곡우()
4월 20일 또는 21일
농사비가 내림
입하()
5월 5일 또는 6일
여름의 시작
초파일, 연등,
등띄우기, 줄불놀이.
소만(滿)
5월 21일 또는 22일
본격적인 농사시작
망종()
6월 5일 또는 6일
씨 뿌리기 시작
산맥이, 단오, 단오부채, 쑥호랑이, 천중부적, 단오치장, 창포, 그네뛰기, 씨름, 봉숭아물 들이기.
하지()
6월 21일 또는 22일
낮이 연중
가장긴 시기
소서()
7월 7일 또는 8일
더위의 시작
유두천신, 삼복, 천렵. 
대서()
7월 22일 또는 23일
더위가 가장 심함
입추()
8월 7일 또는 8일
가을의 시작
칠석고사, 백중날, 백중놀이,
호미씻이, 우란분재, 두레길쌈.
처서()
8월 23일 또는 24일
더위 식고
일교차 큼
백로()
9월 7일 또는 8일
이슬 내리기 시작
벌초, 추석차례, 거북놀이,
소멕이놀이, 근친, 강강술래.
추분()
9월 23일 또는 24일
밤이 길어짐
한로()
10월 8일 또는 9일
찬이슬
내리기 시작
중양절, 중양제사.
상강()
10월 23일 또는 24일
서리 내리기 시작
입동()
11월 7일 또는 8일
겨울 시작
말날, 시제, 성주고사.
소설()
11월 22일 또는 23일
얼음이 얼기 시작
대설()
12월 7일 또는 8일
겨울 큰 눈이 옴
동지, 동지고사, 동지차례.
동지()
12월 21일 또는 22일
밤이 가장 긴 시기
소한()
1월 5일 또는 6일
가장 추운 때
납일, 제석, 묵은세배, 나례, 수세.
대한()
1월 20일 또는 21일
겨울 큰 추위



오늘의 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을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 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웁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리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을 걷는다.
아마도 봅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봄' 하면 언제나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학창시절 이 시가 제게 참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봄'은 불모의 땅에서도 새싹을 틔워내는 생명의 계절입니다.



메인사진, https://i1.wp.com/hypebeast.com/image/2016/02/polls-supreme-celebs-000.jpg?resize%3D696.6%2C464.4, 본문 표 두산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35069&cid=40942&categoryId=3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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