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되었습니다.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한국의 지도자라고 평가해줬습니다.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끄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자세한 기사 내용은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 문재인 (@moonriver365) 2017년 5월 4일
향후 5년간 우리의 미래를 맡길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공식 투표일(5월9일)에 선거가 불가능한 유권자들을 위해 임시로 투표소를 개방하는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날입니다. 사전투표는 금명 이틀간 진행되며, 공식 투표장소와는 달리 일부 장소에서만 투표가 진행되니, 투표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투표소를 확인 후 사전투표에 참여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시행 첫날인 5월4일은 많은 유권자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에 찾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투표장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됐지만, 이번부터는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많은 SNS 친화형 유권자들이 인증샷을 남기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현재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울러 앞서 실시된 국외 부재자투표도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다고 하니, 우리의 투표문화가 분명 양적인 면에서는 한층 성장한 것 같아 왠지 뿌듯한 마음입니다.
그렇게 사전투표가 진행되며 선거분위기가 한층 물오른 가운데, 이번 사전투표뿐만 아니라 공식투표에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만한 키워드가 하나 만들어져 4일 오후 온라인을 강타했습니다. 바로 그 키워드는 '문재인 타임지'. 이번 선거의 유력주자로 손꼽히는 기호1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미국의 한 언론매체의 표지모델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전했고, 그 소식은 온라인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미국의 정통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며, 해당 커버는 아시아권 표지라고 합니다.
문재인 |
문 후보는 해당 커버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고 "이번 주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되었다.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한국의 지도자라고 평가해줬다"라고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그는 또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끄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자세한 기사 내용은 추후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커버사진만 놓고 보면 문 후보의 이 같은 표현은 명백히 잘못된 듯합니다. '타임지'의 에디터 Charlie Campbell은 문재인 후보가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한국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aims to be)"인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지, 실제 그를 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한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흔히 영어는 중요한 내용이 앞에 오고, 한국어는 반대로 뒷 부분에 중요한 내용이 온다고들 합니다. 서술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문 후보는 문장의 핵심인 '주어'와 '서술어(동사)' 가운데 서술어(aims to be)만 쏙 빼놓고, 뒤의 'The South Korean leader who can deal with Kim Jong Un'만 선별적으로 해석해 마치 '타임지'가 자신을 그렇게 평가했다라고 사실을 왜곡해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
THE NEGOTIATOR
1)Moon Jae-in aims to be the South Korean
2)leader who can deal with Kim Jong Un.
By Charlie Campbell
- 커버스토리 발췌
아니면 첫번째 문장과 두번째 문장을 각각 따로 해석하는 게 올바른 해석이라도 되는 것입니까? 문재인은 1)남한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Moon Jae-in aims to be the South Korean), 2)김정은과 협상이 가능한 리더(leader who can deal with Kim Jong Un)라고 말입니다.
터무니없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과정에서 핵심 중에 핵심인 '서술어'를 빼놓고 논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서술어는 문장 전체를 감싸며, 이에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말과 글의 성격은 180도 달라질 수 있습입니다.
아울러 누구나 그런 '목표'는 가질 수 있습니다. 문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후보도 그런 목표를 둘 수 있고, 일개 시민인 본인 역시 그런 목표를 둘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목표의 실현이 실제 '가능하냐' '안 하느냐'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타임지'가 문 후보가 그것을 할 수 있다라고 평가해줬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쳐서 '타임지'가 문 후보의 저 발언을 두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이라도 걸어야 할 판입니다. 역으로 반대의 경우였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요. 정치인이 한 발언을 가지고 억측으로 확대 해석해 비난조의 기사를 내보냈을 때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같이 커버만 놓고 보면, 문 후보의 저런 주장이 명백히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본인이 '잘못된 듯하다'라고 표현하며 아닐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커버에는 저렇게 적시했더라도 기사 본문에는 문 후보가 주장한 대로 해당 에디터가 문 후보를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입니다. 미국의 정통 시사주간지인 '타임지'가 문재인 후보가 주장한 대로 저런 퇴로 없는 이른바 '책임 못 질' 과잉적 평가를 내놨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지도자'는 상식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이성적이기 때문입니다. 중립의 가치를 지향하는 언론사가 저런 평가를 내릴 때에는 모든 독자가 납득할 만한 논리와 증빙을 제시하며 결론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실상 문 후보의 저런 주장은 가히 '참칭(僭稱)'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참칭僭稱[발음 : 참ː칭]
파생어 : 참칭하다
명사
1 . 분수에 넘치게 스스로를 임금이라 이름.
2 . 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스스로 이름.
- 출처 네이버사전
앞서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커버모델로 낙점되며, '스트롱맨스 도터(Strongman's Daughter)'라는 키워드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사가 커버모델을 선정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선정 또한 해당 언론사가 알아서 할일이지만, 이렇게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소식이 전해지고, 또 그를 선거에 이용하는 행태를 볼 때면 불편한 마음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타임지에게 선거철은 '대목' 특수철과 다르지 않을까요?
우리 정치인들과 늘 붙어 다니는 단어가 있습니다. 정치적 모호성. 이는 특히 외교정치 분야에서 유용한데, 상대와 협상하며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다시 말해 퇴로를 확보해두는 스탠스를 취하는 화법 중에 하나입니다. '말'이나 '글'로 먹고 사는 사람 치고 이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굳이 모호하게 입장을 취해야 하는 이유는 100%가 아니라면 결말은 항상 열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명분만 있으면 결정은 정반대로 뒤집혀질 수 있는 게, 정치의 이치이자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런 이유로 정치인이든 언론매체든 언제나 단어 한 마디, 어조사 하나라도 신중히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임지'가 매체 신뢰도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만한, 다시 말해 퇴로를 열어두지 않는 저런 평가를 내놨을 리는 사실상 만무하다고 봅니다. 대세 문 후보님, '참칭'은 국가와 국민에 해롭습니다. 영어를 조금 배웠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국외 한 주간지의 커버모델로 올랐다는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는 일은, 일국의 지도자감이 할 만한 언행은 아닌 듯합니다. 국내 모든 언론 위에 저 국외 주간지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이번 일을 바라보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트럼프의 특기가 과대해석이라고들 합니다. 별일 아닌 일에 과도한 평가를 내리며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데 전혀 인색하지가 않습니다. 문 후보의 이번 참칭은 마치 트럼프 같았습니다.
박근혜, http://blog.donga.com/sjdhksk/files/2012/12/20121217_6001.jpg |
📷 박근혜 타임지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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