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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너머] 흰토끼가 주르륵

집에 토끼가 산다. 난생 처음 끓여보는 미역국 냄비 바닥 미세한 틈새로 새하얀 토끼 한 마리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게 바로 '집토끼'란 것일까. 이날 이후 흰토끼의 모습을 다시 볼 순 없었다.  토끼야, 잘 지내니?  산토끼 토끼야 어데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데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서 올테야 junatown@gmail.com

[두잇디릿] 땅거미 진 천년 고찰 부석사서 울려퍼진 그윽한 법고소리

휴일, 무량수전으로 잘 알려진 부석사엘 다녀왔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위치한 이곳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이슬비가 촘촘이 내리고 있었다. 부석사는 태백산 끝자락 가파지르는 봉황산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어, 방문객들의 접근이 쉽지만 않은 곳이었다. 지금까지 가본 사찰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사찰이랄까. 속세의 유혹에 쉬이 휘둘리진 않겠단 의지의 표현인 건지 부석사의 산세와 오르막은 대단하게 느껴졌다. 부석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오르막과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었다. 나중에 글을 쓰며 알게 된 것이지만, 부석사 계단은 108개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백팔번뇌를 딛고 올라서야만 무량수전에 안치된 부처상 소조여래좌상에 닿을 수 있다는 의미다. 모르고 오를 때와 알고서 오를 때의 감흥이나 마주하는 태도는 전혀 다른 것이 되게 마련. 무릇 아는 만큼 보이고, 많이 보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알고 가야 했거늘, 계획하지 않은 갑작스런 여정은 대상의 속뜻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부석사는 자동차 도로의 끝자락인 봉황산 초입의 못을 빙 둘러 조금 올라가다 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절의 입구인 일주문과 천왕문이 순차적으로 나오게 된다. 이곳을 죽 통과해 가파른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보면 사찰 한 가운데 비범한 기운을 내뿜는 범종루가 보이게 된다. 이날은 어스름이 깃들고 이슬비가 내려 희미하게 보이는 밤안개 사이로 보이는 부석사의 내부 풍경은 고즈넉했으며 신비로움이 감돌았다. 어둠이 져 거무스름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웅장한 크기의 범종루 위로는 승려 한 분이 가만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예불을 알리는 33번의 법고(큰북) 타고(打鼓) 의식을 위한 기다림이었다. 범종루에 이어 안양루를 통과한 다음에는 부석사의 상징이자 최종 목적지인 무량수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량수전 안에는 우리나라 국보 제45호인 소조여래좌상이 신비스럽고도 근엄한 표정으로 결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

[사진너머] '인생2막' 황혼의 쇠 드럼통

사진만 보면, 아프리카 탄자니아 어느 후미진 곳서 촬영한 사진 속에서나 봤음직한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사실 이는 서울 한복판서 촬영한 사진이다. 강렬했던 올해 무더위가 채 가시기 전인 지난 9월 9일 업무차 서울 은평구 불광역 인근에 자리한 서울혁신센터에 들렀다가, 한쪽 모퉁이에 자리잡은 파란 드럼통들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고 퍽 인상적인 풍경이라서 폰카(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높낮이가 제각각인 파란 강철 드럼통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곧게 서 있는 모습이 짐짓 낯설고 이국적이게 느껴졌다. 추측해보건대 이 드럼통들은 이렇게 반듯이 잘라져 화분 같은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충실했던 원래의 삶을 뒤로한 채 새롭게 마주하게 되는 제2의 삶. 지금은 제 몸 반쪽이 잘려나가 안이 텅 빈 공허한 상태지만, 원래는 무언가를 소중히 안에 품고서 바지런히 어딘가를 또 어딘가를 정처 없이 방랑했을 삶. 황혼, 일생의 막바지에 와서야 새롭게 도착하게 된 이곳. 갈색으로 칠해진 통 안에는 과거 어떤 소중한 것들이 담겨져 있었을까. 뭔가 아주 값비싸거나 귀중한, 혹은 인체에 아주 치명적이거나 위험한, 또는 어떤이들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담겨져 있었겠지. 사진 속에는 저 파란 강철 드럼통들이 과거 어떤 일생을 살았을지 짐작하게 해줄 만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BEFAR' 'TRICHLOROETHYLEN'이라는 파란 외관에 대비돼 보이는 새하얀 글자는 이들의 과거를 선명하게 비춰준다. 저 통들은 과거 중국 빈화(滨化, BEFAR)사에서 취급하는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TCE)'이라는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과거, 자신보다 자신이 품고 있던 것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살았을 인생. 이역 한국에 도착한 후 사용을 마치고 용도 폐기된 채 불안에 떨어야 했을 시간들. 자신의 운명을 모른 채 험난한 여정 끝에...

[사진너머] 슈퍼 위트, 소소한 즐거움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재치 있는 페인팅.  사실 대단한 작품도 아니거니와 누군가에게는 별다른 감흥도 느끼게 해줄 수 없을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처럼 소소한 삶의 위트(wit)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더욱 재밌고 즐거워진다.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 그 속에서 찾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만약 채색되지 않았더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무채색 공간.  슈퍼그래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 세상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을 볼 수 있을지언정  사각 프레임에 고히 담겨 누군가의 전유물로만은  아니 남겠단 의미인 건지  항상 모두에게 열려 있는 지조와 절개의 슈퍼 그림, 벽화. 매일마다 이런 삶의 활력소, 위트 하나만 찾을 수 있어도 좋으련만. 위트리스witless 코리아Korea.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돌아온 '남자의 계절'

국회 산책로(2015.11.19.) '남자의 계절' 가을이 다가온다.  절기상으로는 입추(8.7) 처서(8.23)를 지나쳤건만 여전히 덥긴 하다.  올 여름 한반도를 찾아온 폭염은  우리를 가을의 문턱 저 너머로 쉬이 보내주지 않는다.  그래도, 가을은 온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온기 품은 아날로그 철길

기찻길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아날로그 감성이 피어난다.  네모 반듯 잿빛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균일하게 대칭을 이루는 철길 모습.  쇠와 콘크리트, 개별적으로는 둘 다 차가운 질감을 표현하지만  함께 만나 포개지면 온기를 품은 추억의 산물로 변모한다.  지금은 도시미관이나 소음공해 등의 문제로  도심 속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지만 나에게 기찻길이란 여전히 '옛것'의 향기가 짙게 밴 추억의 대상이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갈매기의 섬 '독도'

독도를 방문한 벗이 담아온 사진(2016.5.8). by 영조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새들의 고향, 독도. 지난 5월8일 독도를 방문한 벗이 휴대전화에 담아온 사진. 노랫말이 무색하지 않게 독도 근해를 항해하는 배 주위로 몰려든 갈매기떼. 자기네가 진정한 독도의 주인이라는 것을 이방인에게 알려주기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뒤로 보이는 독도와 창공을 노니는 갈매기떼가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코코샤넬 콘셉트룸 '코코샤넬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가브리엘 코코 샤넬. www.flickr.com/photos/69017136@N04/16311023523 코코 샤넬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Gabrielle 'Coco' Chanel once said, Fashion is ephemeral, but style is eternal.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이같이 말했다. "패션(유행)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고. 아래는 서울 리츠칼튼호텔 코코 샤넬 콘셉트룸 전시(2015.2.26). 보그 데일리 메일에 올라온 코코 샤넬의 명언을 추억하기 위해 블로깅을 하다가 예전 리츠칼튼에 들러 전시전을 발견하고 우연히 찍은 사진들의 존재가 문득 떠올랐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Bloody Gorgeous Manila Bay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의 잇플레이스 마닐라베이(2006). 필리핀 제16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집정. 두테르테발(發) 철권통치가 시작됐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마닐라의 잇플레이스, 마닐라베이. 만(灣)을 따라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이국 풍취가 끝없이 이어진다.  피(bloody)처럼 붉게 물든 마닐라베이(Manila Bay)의 하늘과 바다. 아름답지만 섬뜩하리만치 잔잔한 해안. 요트 위에 세워놓은 서슬 퍼런 돛대. 사진 한 컷의 메타포. 그 모습은 마치 바다 묘지를 연상시킨다.  범죄자를 마닐라 바다에 수장시키겠다던 두테르테.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취임 이후 마약사범을 비롯해 현재까지 1000명가량의 범죄인이 사살됐다고 전해진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제16대 대통령.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odrigo_Duterte_showing _diagram_of_drug_trade_network_1_7.7.16.jpg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행여 도둑 들진 않을까 넝쿨이 막고 섰다

폐가廢家(2015.9.27,강원) 주인 잃은 어느 집 행여 도둑 들진 않을까 넝쿨이 막고 섰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그땐 그랬지, 옛것을 추억하다

빨간 지붕 위에 음식 재료를 널어논 모습(2015.8.26,강원). 오랜만이다. 저렇게 지붕 위에 음식 재료를 널어논 모습을 보는 건.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하다. 어렸을 적엔 동네 집집마다 지붕 위 한 자락에 음식 재료를 널어논 모습을 보는 건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특히 명절날 그렇다. 그렇게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 들은 햇볕과 산들바람을 늘 가까이 했다. 그리운 옛 풍경은 사람을 감상에 젖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땐 그랬지, 옛것을 추억하다. junatown@gmail.com

[두잇디릿] 힐링타임, 양평 한식당 '산당'

7월25일 방문한 경기도 양평 한정식 레스토랑 '산당'.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한적한 곳에 자리한 한정식 레스토랑 '산당'. 업무차 양평을 들렀다 방문한 음식점. 지인 말에 따르면 코스요리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다나. 출발지에서 구불구불 시골길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이곳. 주인장이 정원을 아기자기 꾸며놨다. 간만에 찾아온 힐링타임. 그런데 음식을 맛보진 못했다. 운 나쁘게도 영업시간이 아니란다. 평일에는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서 정해진 시간에만 손님을 받고 있었다. 비록 예술 작품 같다던 <산당>의 요리를 직접 맛보진 못했지만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배불렀던 순간.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대관령 뽀송뽀송 순백의 양떼

대관령 양떼(2015년 10월12일).  길을 가다 포착한 양떼 모습.  푸른 초원, 뽀송뽀송 순백의 양.  그저 바라만 봐도 가슴 설레는. 아, 속았다. junatown@gmail.com

[사진너머] 초점 잃은 사진 한 장의 감동

홍콩의 밤 거리(2006) 오브젝트가 분명한 선명한 사진보다 초점을 잃은 사진 한 장이 주는 감동이 더 클 때도 있다. 이곳에서 찍은 다른 어떤 사진보다 내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사진 한 컷. 보다 선명해지기만을 바라는 사회 속에서 찾은 비 선명성의 미학.  junatown@gmail.com

[두잇디릿] 월정사 탑 돌면 소원 이뤄진다?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월정사(2015년 10월12일 방문). 울긋불긋 고운 빛깔 머금은 단풍이 사찰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이 이런 모습 아닐까.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답게 채색된 한 폭 그림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두대간 강원 자락이라서 그런지 나무들은 시원시원 곧게 솟아 누구 키가 더 큰지 자웅을 겨루고 있는 듯 보였다.  이날은 특이하게도 새 지저귀는 소리와 목탁 두드리는 소리나 울릴 법한 정숙한 사찰 내에서 의외의 클래식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로 보이는 어린 연주자들이 사찰 중앙 마련된 무대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로 옆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서는 탑을 한 바퀴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 의식도 치러졌다. 산 정상 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새로 지은 지 얼마 안된 템플스테이 사찰이 단장을 마친 후 속세의 식객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이곳에서 정 반대편 사찰 초입 주차장 한쪽에서는 옛말처럼 가는 날이 장날인지 지역 특산품 판매행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큰 기대하지 않고 힐링을 위해 단풍 나들이 온 것치고는 눈 귀가 호강하는 하루였다. junatow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