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술을 끊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앞으로 내 인생에 더 이상 술은 없다. 마침내 최적의 명분이 찾아왔다. 사람은 의지만 갖고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사람의 의지는 무척 강하고 굳건하여 쉬이 그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살아가다 보면 현실에 타협하게 되고, 주위에 휘둘려 가게 마련. 사회적동물인 인간의 삶에서 그런 합리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 듯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치명적인 명분을 갖출 경우에는 자신을 현혹하는 타인의 의지는 아무런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강한 의지와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확실한 명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더 이상 내게 술은 없게 됐다.
술은 사람의 정신을 희롱하고 실수를 불러일으킨다. 우스워 보이지만 인생 좌우명이 민폐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 타인에게 폐 끼치는 걸 무척 싫어하는 성격이다. 개인적이라면 개인적이랄까. 타인에게 기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고 남을 의지하려 들지 않는다. 술에 의해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닌 상태가 된 후 발생한 실수를 마주하게 될 때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그것은 나이면서도 내가 아니다. 또 내가 아니면서도 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해명은 구차할 뿐. 그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지킬 건 지켜야 하고, 실수는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직성 풀리는 완벽주의 성격의 나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신이 술에 굴복하고서 저지른 모든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 맹세컨대 앞으로 술로 인해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거나 실수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제, 과거보다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본인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 지난 과거를 경계 삼아 그동안 마음만 갖고서 완성하지 못했던 금주라는 실타래를 풀어볼 생각이다. 과거 결핵이라는 실마리가 나의 금연을 가능케 해준 듯이, 과거의 실수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토록 해줄 것이며, 나의 잘못과 과오를 바로잡는 자양분이 돼 줄 것이다. 잘못을 부끄러이 여기거나 외면치 않고 가슴에 아로새길 것이다.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삶의 태도를 내가 지향하던 곳으로 다시 되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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